흔적남기기


2019. 10. 11 한시, 한문 강좌 4강 후기

기회의학숙
2019-10-21
조회수 791
2019. 10. 11. 금 7pm 한시 · 한문 강좌 4강 후기 鏡浦汎舟 安軸 雨晴秋氣滿江城 하니 來泛扁舟放野情 이라 地入壺中塵不到 하고 人遊鏡裏畵難成 이라 烟波白鳥時時過 하고 沙路靑驢緩緩行 하여 爲報長年休疾棹 하고 待看孤月夜深明 이라 비 개이자 가을 기운 강둑에 가득하니 조각배 띄워 자연의 정취를 만끽하네 땅이 병 안에 든듯 세상 티끌 이르지 아니하고 거울 속을 노니니 화폭에 담기 어렵도다 물안개 사이로 백조 때때로 날아가고 모랫길을 따라 푸른 나귀 느릿느릿 지나가네 사공에 일러 노젓기를 천천히 하게 하고 깊은 밤을 밝힐 외로운 달이 뜨기를 기다려보리라 高麗(고려) 27대 忠肅王(충숙왕)때의 文臣(문신)으로 강릉 鏡浦臺(경포대)에 갔다가 거울 같이 맑은 경포에 조각배 타고 노닐던 情趣(정취)를 읊은 감미로운 시를 시작으로, 한시 · 한문 강좌 4강을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지나치게 빨리 결과가 나타기기를 바라는 조급함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면서, 훈장님께서는 채근담에 나오는 좋은 글을 소개해주셨습니다. '伏久者 飛必高, 開先者 謝獨早 知此, 可以免蹭蹬之懮, 可以消躁急之念。 - 채근담(菜根譚) - 오랫동안 엎드려 있던 것이 한 번 날기 시작하면 반드시 높이 날며, 일찍 핀 것은 홀로 일찍 시드는 법이다. 이것을 안다면 발을 잘못 디뎌 허둥될 걱정이 없을 것이며, 조급한 마음도 사라질 것이다.' 깊이 새겨볼 말씀이었습니다. 다음으로 소동파의 적벽부의 일부를 공부했습니다. (前略) 蘇者曰: 客亦知夫水與月乎? 소자 말하되 "손님꺼서도 대저 물과 달을 아시오 ? 逝者如斯로되 而未嘗往也며 盈虛者如彼로되 而卒莫消長也니 가는 것이 이와 같으나 일찍이 가지 않았으며, 차고 비는 것이 저와 같으나 끝내 줄고 늘지 않으니, 蓋將自其變者而觀之면 則天地曾不 能以一瞬이요 무릇 변하는 것에서 보면 천지도 한 순간일 수 밖에 없으며, 自其不變者而觀之면 則物與我皆無盡也니 而又何羨乎리오 변하지 않는 것에서 보면 사물과 내가 모두 다함이 없으니 또 무엇을 부러워하리요? 且夫天地之間에 物各有主하니 또 대저 천지 사이의 사물에는 제각기 주인이 있으니 苟非吾之所有인댄 雖一毫而莫取어니와 惟江上之淸風과 與山間之明月은 진실로 나의 소유가 아니면 비록 한 터럭일지라도 가지지 말 것이나, 강 위의 맑은 바람과 산간(山間)의 밝은 달은, 耳得之而爲聲하고 目遇之而成色하여 取之無禁하고 用之不竭하니 귀로 얻으면 소리가 되고 눈으로 만나면 빛을 이루어서, 이를 가져도 금할 이 없고 이를 써도 다함이 없으니, 是는 造物者之無盡藏也요 而吾與者之所共樂이니라. (後略) 이는 조물주의 다함이 없는 보물이니 나와 그대가 함께 누릴 바로다. 다음으로는 황희정승의 일화가 담긴 不言長短을 배웠습니다. 학창시절 모두가 배워서 익히 아는 내용이지만 다시 새겨볼 귀한 가르침이기에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적고 따라 읽어 보았습니다. 옛날에(昔) 재상인 황희가 벼슬을 하지 않던 때에 길을 가다가 (黃相國喜微時行役), 길가에서 쉬었는데(憩于路上), 농부가 두 마리의 소에게 멍에를 매어 밭을 가는 것을 보았다 (見田夫駕二牛耕者). (황희가)묻기를(問曰), “두 소 중 어떤 것이 더 나은가 (二牛何者爲勝)?” 농부는 대답이 없었는데 (田夫不對), 밭 갈기가 끝나고 (정승 곁에) 이르러서 (輟耕而至), 귀에 대고 속삭여 말하기를 (附耳細語曰), “이 소가 낫습니다(此牛勝).” 황희가 그것을 이상하게 여겨 말하기를 (公怪之曰), “어찌 귀에 대고 말을 하는가 (何以附耳相語)?” 농부가 말하기를(田夫曰), “비록 가축이라도 그 마음은 사람과 같은데 (雖畜物其心與人同也), 이것이 낫고 곧 저것이 못났다는 것을 (此勝彼劣), 소로 하여금 그것을 듣게 한다면 (使牛聞之), 어찌 편치 않은 마음이 없겠습니까 (寧無不平之心乎?” 공이 크게 깨달아서(公大悟), 마침내 다시 말하지 않았다 (遂不復言長短云). 다시 새겨볼 귀한 글귀들만 골라서 오시니 우리는 새로 새기기만 하면 되니 얼마나 감사한지요. 청강 오신 29기 김상식 원조 연구원께서는 시 한 수 외워오라는 과제를 실천에 옮겨 불세출의 명시 정지상의 '送人'을 낭독해주셨습니다. 雨歇長堤草色多 送君南浦動悲歌 大同江水何時盡 別淚年年添綠波 비개인 긴 둑에 풀빛이 짙은데 님 보내는 남포에 슬픈 노래 흐르는구나 대동강물이야 어느 때나 마르리 이별의 눈물 해마다 푸른 물결에 더하여지네 세상에 이보다 슬픈 시가 또 있을까요 ! 깜짝 놀랄 선물의 시간이었습니다. 다음엔 사자성어 去者必返 格物致知 犬馬之勞 膏粱珍味 특히 이 '膏'라는 글자는 글자만 보아도 고기 냄새가 진동하는 고(膏)는 ‘살찐, 기름진’이란 의미를 갖는 글자인데, 춘향전에서 이몽룡이 변사또 생일잔치에서 읊은 한시에 나오는 글자. 金樽美酒千人血 금준미주천인혈 玉盤嘉肴萬姓膏 옥반가효만성고 燭淚落時民淚落 촉누락시민누락 歌聲高處怨聲高 가성고처원성고 금 술잔에 담긴 좋은 술은 천 명 백성의 피요 옥쟁반 위에 담긴 좋은 안주는 만백성의 고혈이라 촛농 떨어질 때 백성의 눈물 떨어지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소리 드높다. 시를 읊으니, 괜히 덜덜 떨립니다. 암행어사 출도요 ! ! ! 소리가 들리기 직전의 긴박함이 느껴지고, 갓끈이 흔들린 채 이리저리 도망치는 부패한 관리들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했습니다. 글자 하나에서도 그 글자의 출처를 밝혀 연관 글을 읊어주시니, 절대 그 글자를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姑息之計 와 비슷한 사자성어 臨時方便 臨機應變 臨時變通 下石上臺 君子三樂 囊中之錐 三顧草廬 유비와 제갈량에 얽힌 유명한일화와 함께 출사표에도 등장하는 사자성어. 이번 기회에 출사표도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신하의 도리 우정이란 무엇이며 의리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명문장 아닙니까. 그 외에도 同字異義語 문법 부분에서 어조사 之의 쓰임에 대해 배웠습니다. 歲寒然後 知松柏之後凋也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에 있는 글을 예로 주격어조사의 쓰임을 설명해주셨습니다. 古之學者 必有師 한유의 사설에 나오는 글귀에서 관형격 어조사를 설명. 스스로 도를 전해주고 지식을 알려주는 사람이 스승이다. 而의 쓰임 순접의 경우 君子務本 本立而道生 군자는 근본에 힘쓰고 근본에 힘써야 도가 생긴다. 역접의 경우 心不在焉 視不見 聽而不聞 食而不知期味 마음이 있지 아니하면 보아도 보이지 아니하고 먹어도 그 맛을 일지 못 한다. 以의 쓰임에 대한 다양한 용례들 · · · · · · 오늘날로 치면 국방장관에까지 올라갔던 남이장군. 간신 유자광에 의해 20代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이야기. 현모양처의 대명사 신사임당의 '師任'이라는 이름에 얽힌 이야기. 推句 思家淸宵立이요 憶弟白日眠이라 家貧思賢妻요 國亂思良相이라 집 그리워 맑은 밤에 서성이다가 아우 생각에 대낮에도 졸고 있다네. 집이 가난하면 어진 아내를 생각하고 나라가 어지러우면 어진 재상을 생각한다 綠竹君子節이요 靑松丈夫心이라 人心朝夕變이요 山色古今同 이라 푸른 대나무는 군자의 절개요 푸른 소나무는 장부의 마음이로다. 사람의 마음은 조석으로 변하고 경치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같구나.
0 0